44개월 또래 놀이 중 충돌을 겪는 아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더 나은 사회성 발달을 위한 부모의 실천 가이드

44개월, 아이는 이제 혼자 노는 단계에서 벗어나 친구와 함께 노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감정 조절과 자기 표현 능력이 미숙해 충돌이 잦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유아 사회성 발달에 대한 연구에서는 또래 간의 갈등이 오히려 긍정적인 사회성 학습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정 코칭' 방식이 아이의 정서 안정과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44개월 아이가 또래와의 놀이 중 충돌 상황을 경험할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아이의 사회적 능력을 키우고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단계별로 알아보겠습니다. 실제 육아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제시하고, 전문가 조언도 함께 담았습니다. 앞으로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도 친구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또래 충돌은 '문제 행동'이 아니다, '성장 과정'이다

44개월은 신체적으로 활발해지고 언어도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친구와 상호작용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말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장난감 하나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거나, 자기만의 규칙을 고집하다 갈등이 생기는 일이 많습니다. 이때 부모나 교사가 무조건 '그만해!'라며 다그치기보다는, 아이가 겪는 충돌을 '정서 발달의 한 과정'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충돌은 단순한 문제 행동이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학습 기회입니다. 이때 어른의 중재 방식에 따라 아이는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억압된 감정'으로 인한 회피, 또 하나는 '건강한 표현'을 통해 갈등 해결력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후자를 가능케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즉, 아이가 자기 감정을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공간을 주고, 필요한 언어를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해주는 것이 갈등 해결의 시작

갈등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의 수용’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밀렸다고 느낀 아이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질렀을 때, “너 그러면 안 되지”라고 반응하기보다 “속상했구나, 네 마음 이해돼”라고 말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감정을 먼저 인정해주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더 이상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하지 않게 됩니다.

이때 감정을 이름 붙여 주는 ‘감정 코칭’ 방식이 매우 유용합니다. “그거 네가 하고 싶었는데 친구가 먼저 가져가서 화가 났구나?”라고 아이의 상황을 말로 정리해 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점점 익숙해집니다. 이렇게 감정을 언어화하는 훈련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반복할수록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보다 '어떻게 풀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또래 간 갈등 상황에서 부모나 교사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누가 먼저 그랬니?”라고 따지는 것입니다. 이는 아이를 판단하거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질문으로, 아이를 위축시키거나 거짓말을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갈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결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더 효과적인 접근은 “지금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 기분이 나빴던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더 기분 좋게 놀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런 접근은 아이에게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아닌,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갈등 해결 스킬’을 익히는 것은 앞으로 학교생활이나 성인기의 사회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됩니다.

공정한 놀이 규칙 세우기와 역할 놀이 활용

44개월 아이들은 아직 추상적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에 ‘왜’에 대한 설명보다 ‘어떻게’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놀이 전 간단한 규칙을 함께 정하고 그것을 놀이 속에서 실천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씩 번갈아 사용하기” 같은 규칙을 만들고 아이와 함께 실천하면서 규칙의 의미를 체험하게 해주세요.

역할 놀이는 이런 규칙과 감정 이해를 연습하기에 최적의 방법입니다. 인형극이나 역할극을 통해 상황을 재현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내 장난감을 빼앗았을 때 어떻게 할까?’ 상황극을 통해 대화를 연습해보면, 실제 상황에서도 유사한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갈등 이후의 회복도 학습의 일부

갈등이 끝난 후의 정리 과정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화해의 말을 하거나, 친구에게 다가가 다시 놀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 어려워합니다. 이럴 때 어른의 도움은 큰 힘이 됩니다. “이제 기분 좀 괜찮아졌니? 친구랑 다시 놀고 싶어?”라는 식으로 부드럽게 접근해보세요. 그리고 “그럼 ‘미안해’ 혹은 ‘같이 놀자’라고 말해볼까?” 하며 화해를 유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화해 과정에서 아이가 쑥스러워하거나 망설일 경우엔, 부모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친구 앞에서 함께 “우리 다시 잘 놀 수 있을까?”라고 제안하거나, 아이의 말을 대신 전달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에서의 '회복탄력성'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의 감정 조절이 아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

아이의 충돌 상황에서 부모가 보이는 반응은 아이의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부모가 다급하게 소리치거나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는 더욱 불안해지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반면에 부모가 차분하고 여유 있는 태도로 상황을 중재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느끼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부모 역시 감정 조절이 필요하며, 아이가 보는 앞에서는 가능한 한 감정을 절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엄마도 좀 당황했지만, 네가 친구랑 잘 풀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같은 말은 아이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동시에, 자기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이러한 태도는 장기적으로 아이의 자존감과 대인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